도시재생의 경제학
도시재생의 경제학
  • 류중석 / 중앙대학교 교학부총장·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
  • 승인 2019.07.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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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과 고령화 그리고 저성장 추세에서 비롯된 도시쇠퇴는 국가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심각한 위협요소이다. 2006년에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도시재생과 아울러 도시축소Compact city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 다. 우리나라도 전국 144개 도시 중 66.6%에 해당하는 96개 도시가 쇠퇴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30.5%인 44개 도시는 이미 쇠퇴가 진행 중이다. 2016년 기준 전국의 폐교는 3,678개교에 달하고 이 중 전남이 802개교, 경북이 683개교, 경남이 556개교에 달할 정도로 지방 도시의 인구는 격감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빈집이 증가하고 도시유지를 위한 비용이 증가한다. 당연히 지방재정이 악화되어 공공시설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되고 도시 매력도가 감소한다. 지역공동체는 해체되고 인구는 다른 도시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도시쇠퇴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이 필수적이다. 

도시재생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

이러한 도시쇠퇴의 징후를 포착한 정부는 2006년부터 국가 도시재생전략 수립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였고, 2013년에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을 제정하여 법적 추진근거를 확보하였다. 이어서 국가 도시재생 10년 계획인 ‘국가 도시재생 기본방침’을 수립하고,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으며, 2014년에는 전국에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개소를 선정하여 재정지원을 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사업으로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가 앞장서서 도시재생 시범지역을 지정하여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부터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라는 바람이 열병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재생, 경제적 재생, 그리고 공동체 재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노후한 주택을 개량하고 골목길을 정비하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물리적 재생이라면 경제적 재생은 상점의 매출이 늘고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물리적 재생과 경제적 재생이 함께 일어나면 궁극적으로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이루어진다.

골목시장 활성화는 도시재생의 경제적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나침판이다. (상도4동 도깨비시장)

 

젠트리피케이션의 명암

경제적 측면에서 도시재생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환경이 개선되고 경제가 활성화되어 토지와 건물의 자산가치가 상승한다. 임대료도 올라가서 건물주의 소득이 증대되고 이를 환경개선에 재투자하여 자본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도시와 마을의 품격이 높아지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급격히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의 소규모 상점들 은 임대료가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업종들이다. 지역상권의 특색이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카페, 치킨, 피자 가게 등이 들어선다. 당연히 예전 상인들끼리의 돈독한 인간관계도 사라지고 서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만이 남게 된다. 가로수길이 그랬고 홍대거리가 그랬다.

경리단길 장진우 골목길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극복하면서
지역상권의 특색을 지켜낸 몇 안되는 사례 중 하나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있는 상점들이 골목길을 지켜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우리의 자세

젠트리피케이션의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빗대어 ‘둥지 내몰림 ’이라는 한글 용어도 등장했다. 둥지 내몰림을 방지하기 위해서 대구시 중구, 서울시 성동구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조례’를 제정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않기로 상인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정책이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협약 기간이 만료되면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임대료 상승분을 한꺼번에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상권을 지켜내려는 주민과 상인들의 의지만이 이 문제 를 해결할 수 있다. 나 개인의 이익보다 동네의 이익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에게도 보탬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는 결국 경쟁력이 떨어진다. 우리 동네만의 특색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  류중석 / 중앙대학교 교학부총장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

<HCN 매거진 서초> 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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