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뜨공원 '토끼갈등', 공존하려면…
몽마르뜨공원 '토끼갈등', 공존하려면…
  • 박상학 기자
  • 승인 2018.11.0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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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동에 위치한 ‘몽마르뜨공원’. 프랑스인이 많이 사는 서래마을 인근에 있어 ‘몽마르뜨’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다른 이름은 ‘토끼공원’이다. 언제든 공원을 찾으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수십여 마리의 토끼를 볼 수 있어 멀리서도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 평화로웠던 공원이 요즘 토끼 문제로 시끄럽다. 최근 1~2년 사이 갑자기 늘어난 토끼 개체 수 때문에 공원 내에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졌다. 여기에 늘어나는 토끼 유기도 한몫했다. 그동안 토끼를 돌봐온 주민과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는 토끼의 무분별한 번식과 유기를 막기 위해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공원을 관리하는 서초구청은 아직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물원도 아닌데 '공원에 웬 토끼?'

몽마르뜨공원에 토끼가 살기 시작한 건 대략 2011년부터다. 주민들과 공원 관리인에 따르면 당시 누군가 토끼 한 쌍을 공원에 버리면서 토끼들이 번식했고 또 다른 토끼들이 공원에 유기되면서 점차 무리를 이루게 됐다. 토끼는 ‘다산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번식력이 대단하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경우 태어난 지 1년이 지났을 때 성견, 성묘로 구분하는 반면, 토끼는 생후 3개월에서 5개월이면 임신이 가능하다. 게다가 임신 주기가 한 달에 한 번으로 짧고, 임신 기간도 강아지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번식이 빠를 수 밖에 없다. 몽마르뜨공원에 유기된 토끼들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공원에는 지금까지 수천 마리의 토끼가 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일부 주민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이 중성화 수술(TNR) 등 자발적으로 관리에 나서 15~20여 마리의 개체 수를 유지했다.

 

예고된 '토끼' 갈등

문제가 불거진 건 올해 들어서지만 갈등은 이미 예고됐다. 그동안 공원에 중성화되지 않은 토끼를 유기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자원봉사자들의 관리도 한계에 봉착하면서 최근 1~2년 사이 토끼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8월에 무려 80여 마리까지 늘었다.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이 40여 마리의 토끼 새끼를 임시로 옮기면서 현재 공원에는 40여 마리 정도가 남아있다. 토끼 개체 수가 늘어나니 반려견이나 야생동물에게 공격을 당하는 사고도 잦아졌다. 실제로 지난달 공원에 견주와 산책 나온 반려견이 토끼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6월에는 토끼를 풀어놓은 시민이 쥐약을 뿌려 이를 먹은 반려견이 목숨을 잃을 뻔하면서 주민들 간 마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구청-동물단체, 좁혀지지 않은 대책

토끼 관련 민원이 증가하자 공원을 관리하는 서초구청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서초구는 수토끼 중성화 수술과 공원 내 방사장을 조성해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동물 보호단체는 안일한 대책이라며 반발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토끼는 암수 모두를 중성화해야 개체 수를 관리할 수 있고 또 수많은 토끼를 방사장에 합사할 경우 영역 다툼이 심한 토끼의 특성상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 자원봉사자와 동물단체는 지난 3월과 9월 두 차례 서초구청과 만남을 갖고 유기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분 및 유기 방지대책 마련, 토끼에 대한 중성화 수술 진행, 공원 내 방사 등을 요구했지만 서로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더라도 단순히 좁은 방사장에 몰아넣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직접 암토끼 중성화수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물 유기 금지 캠페인까지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구청은 공원 이용객들의 불편과 유지·보수 문제를 거론하며 동물보호단체의 요구대로 무작정 토끼를 공원에 풀어 놓는 것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몽마르뜨공원 토끼, 공존모색…

"유기부터 막자"

몽마르뜨공원에 토끼가 등장한 건 벌써 6~7년이나 됐다. 그동안 구청에서 방관하다가 이제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은 공원의 토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 행위’ 단속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개, 고양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버려지는 동물은 토끼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파악된 유기동물 신고 건 58만 6,000건 가운데 토끼가 2,550건으로 개, 고양이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동물 유기 행위 적발·과태료 부과 등의 업무는 해당 지자체의 소관이지만 수사기관이 아닌 구청에서 현실적인 단속은 쉽지 않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중성화 수술을 하고 방사장에 토끼를 몰아넣어도 누군가 또 토끼를 공원에 버리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구청의 실효성 있는 유기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CN 매거진 서초>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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