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휘어진 나무
[수필] 휘어진 나무
  • 인사이드서초
  • 승인 2018.11.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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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8일 어버이날이면 부모를 생각하자며 떠들썩하다. 일 년에 한번이라도 부모에 대하여 다시 되돌아보자는 날이지만 이날만 지나면 조용해진다. 연례행사를 한번 치르고 나서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처럼. 자식들이 분가하여 떠나간 적적한 집에서 노부모가 여생을 보내야하는 시대를 맞아 효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시대의 흐름과 생활여건의 변화로 인하여 생겨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해보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효도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서로 가까이서 지내며 보살펴주고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마음을 편하게 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교류라고 생각하면 효도라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요사이 젊은 세대에서는 효도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낱말이 되고 있다. 가족단위가 핵가족화 되어 서로 교류가 드물고,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적어지고, 생활여건상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현대의 생활에서는 그 단어조차도 생소한 말이 되고 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에 ‘못난 자식이 효도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나무를 예로 들며 옛 어른들이 하는 말을 그때는 선뜻 이해가기 어려웠으나 그 말의 진의를 현 세태와 견주어보고서야, 아! 그런 뜻이 내포되어 있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 되었다. 곧게 자란 나무는 목재 등으로 팔려서 마을을 떠나가는데 휘어져 자란 나무는 팔리지 않아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키고 있는데서 사람들이 비유적으로 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오죽하면 그런 표현으로 마음을 달래며 차츰 멀어져가는 자식들을 이해하려고 할까 하고 생각해본다.

어느 봄날 세찬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서있는 나무 한 그루를 지켜보았다. 그 나무는 여러 갈래로 휘어졌지만 바람 속에서도 꿈쩍하지 않는다. 옆에 서있는 곧게 뻗은 나무들은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바람 앞에서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있는데 휘어진 나무는 바람 앞에서도 꿋꿋하다. 그 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힘이 세어서 버티는 것이 아니다. 몸이 뒤틀려져서 바람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고 있을 뿐이다. 바람결을 분산시키는 효과 때문이라고 보인다. 세찬 바람에 내몰리면서 몸을 지탱하느라 성한 곳 없이 몸은 상처투성이지만 묵묵히 마을을 지키고 서있는 그 나무에 남다른 애착과 연민을 느끼게 된 것은 몇 년 전부터의 일이다. 모두가 떠나고 없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비록 생김새는 뒤틀리고 휘어진 몸이지만 마을을 지키는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거기에서 나무를 자식에 비유하며 푸념을 들어 내보이는 부모의 마음이 배어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의 구조와 인식이 옛날과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부모들에게는 사라지지 않는 서운함이 남는다. 그럴 때는 곧게 잘 자란 나무와 자식을 비유하며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위안을 삼는다. 반듯하게 자란 자식은 사회와 국가에 헌신하
기 위하여 고향을 떠난다. 잘 자란 나무가 목재 등 유용한 쓰임으로 제 몸을 바치는 것과 같이 잘 자란 자식이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아서 고향을 떠나는 것이라고 자위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미련이 남을 것이다. 때로는 세상에 입신은 못하였지만 오랫동안 집을 지키고 부모의 곁을 돌보며 살아가는 자식이 한 명쯤은 있었으면 하고 속으로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찍이 도시로 나가 유학을 하고 직장을 구하여 생활의 기반을 잡고 결혼으로 한 가정을 꾸리는 자식. 평소에는 선뜻 다가가지 않고 마음속에만 고향을 그리다가 부모가 이 세상을 떠난 뒤 옛날을 되돌아보는 어린 아들, 딸이 되어 회한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부모 곁을 떠나 있는 동안 그리움을 삭이느라 속이 탔을 부모를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뒤늦은 후회와 다짐을 거듭하며 여물어가는 자식들. 가끔은 어려서부터 가까이서 일을 거들며 부모와 같이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뒤늦은 생각을 해보지만 현실의 삶은 그것조차도 허용하지 않음에 설움이 더한다. 철없는 아이 때부터, 부모는 자신과 같은 어려운 일을 하지 않고 뜻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허허벌판에 내보내고 평생을 조바심 속에서 살아간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상했을 때 자식 하나 곁에 있었으면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도 이내 거둬들인다. 자식의 미래를 위하여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 것이 세상 부모들의 한결같은 심정일 게다. 부족한 자식이 자신들의 곁을 지킨다면 한편으로는 그것도 큰 효도겠지만, 자식이 광활한 기개를 펼치고 살지 못함에 부모는 나날을 아픈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어버이날이 되면 더욱 쓸쓸해지는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카네이션 꽃 한 송이로 위로할 수 있으랴.

 

● 글 유기섭 / 서초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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