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간 아이들 (The Children Gone to Poland, 2018)
폴란드로 간 아이들 (The Children Gone to Poland, 2018)
  • 최하진 / 무비 큐레이터
  • 승인 2019.01.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희들을 잊지 않을게

그들은 누구인가

새해가 밝았다. 여기저기서 어렵고 고단하다는 얘기가 들려도 가족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다. 올해는 남북화해 분위기가 더욱 진전될까?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는데, 어쩌면 남북이 손을 잡고 분단을 넘어 함께 걸어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추상미 감독이 던진 이 한 편의 영화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분단시대의 가장 큰 아픔이고 슬픔이 되었던 아이들의 이야기. 그들은 누구일까? 영화 <영향 아래의 여자> 이후 5년 만에 추 감독이 들고 온 이 작품 속의 아이들은 여전히 역사의 질곡을 넘어 오늘을 살고 있다. 이국땅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지나간 흔적을 더듬어가는 동안, 관객도 감독의 마음에도 젖은 감정이 스며 나온다. 그 아픔을 추 감독이 흘린 한 방울의 눈물로 씻어낼 수는 없겠지만,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우리도 함께 눈시울을 적신다.

 

‘김귀덕’을 찾아서

“김귀덕 Kim Ki Dok. 13년의 생을 살았고, 1955년 9월 20일 세상을 떠났다.”라는 묘비명을 남기고 머나먼 이국땅 폴란드에서 생을 마감한 한국 아이 김귀덕, 그는 왜 그 낯선 땅에서 영원한 안식을 구했을까. 폴란드의 언론인 욜란타 크리소바타와 극작가인 패트릭 요카는 그 의문의 묘비명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김귀덕>을 만들고, 이것이 한국인 감독 추상미에게로 와서 닿았다. 1951년 폴란드로 비밀리에 보내진 한국 고아 1,500여 명, 그들의 몸에는 기생충이 많았다. 폴란드에서 조사해보니 그 기생충들은 낙동강 이남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생한 것들이었다. 전쟁통에 지역을 막론하고 전쟁고아들이 발생했고, 그들을 모아서 북측에서는 동구권 여러 나라로 보내게 된다. 그 가운데 1,500여 명이 폴란드로 가게 된 것이고, 그들 중 절반은 남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을 ‘파파와 마마’라고 따랐고, 아이들은 모처럼 행복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행복은 짧았고 이별은 길었다. 8년 후 북측은 아이들을 강제 소환했고, 그들의 생사를 남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올해 우리의 소망은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의 기억도 그러하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파파와 마마는 지금도 아이들을 호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눈물은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이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폴란드의 슬픈 역사를 인내했던 그들에게 한국의 전쟁고아들은 남다른 의미였을 것이다. 조국보다 폴란드를 더욱 좋아했던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들을 의지하고 깊이 사랑했다. 이들 파파와 마마가 지금도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그 귀국이 아이들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는 빚을 진 셈이다. 흔적을 찾아다니는 동안 남한의 추 감독과 탈북소녀 ‘이송’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 또한 어김이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귀덕>과 소설 <천사의 날개>를 바탕으로 시작된 로드 무비는, 우리로 하여금 역사 속으로 걸어가게 한다. 새해가 밝았으니 희망차고 따뜻한 영화를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버려진 이들의 안부를 물어보는 일, 평화의 시대에 꼭 건너야 할 징검다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일부였던 그 많은 아이는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HCN 매거진 서초> vol.1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