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옆 스쿨존 '아이들이 위험하다'
공사장 옆 스쿨존 '아이들이 위험하다'
  • 김민욱 기자
  • 승인 2019.01.0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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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초구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 정문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50대 여성 인부가 출차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지점이 인근 초등학교 통학로였던 터라 한 달이 넘은 이 시점에도 학부모들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건축 공사 현장이 많은 서초구에서 공사장과 인접한 교육 시설 통학로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교 통학로 주변에 공사장 출입구

갓길을 따라 레미콘 트럭이 끝없이 줄지어 서 있고, 공사장 정문을 드나드는 승용차와 덤프트럭도 하루에 수십 대가 넘는다. 서초동에 위치한 이 재건축 공사장은 초등학교와 불과 200미터가량 떨어진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에 자리잡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재건축 단지 5곳에 포위된 서이초등학교는 현재 통학로 양옆으로 공사장 출입구 4개를 두고 있다. 매일같이 이 길을 걷는 아이들에겐 하루하루가 위험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차량 유도를 하다 변을 당한 50대 인부의 소식이 전해지자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서이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사고 발생 일주일 뒤 시공사 현장 사무실을 찾아 항의에 나섰다. 학부모들은 보행자 안전관리 업무만을 담당하는 전문 안전요원이 상주하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고, 공사장 출입문 중 스쿨존과 접한 두 곳은 아예 폐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재건축 건설현장 소장은 구청이나 경찰서에 법적으로 협조를 구해야 하는 부분을 파악한 다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건축 공사장을 마주하고 있는 반포동 서원초등학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따라 공사장 방음벽이 나란히 서 있는데 작년 4월에는 이 방음벽 일부가 강풍에 떨어져 나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하교시간이었던데다 파편이 옐로카펫(어린이횡단대기공간)으로 떨어져 자칫 보행하던 어린아이가 다칠 수 있었던 사고였다.

 

서원초등학교 맞은편 공사장 방음벽 사고현장(2018년 4월)

스쿨존 옆 공사장 안전관리 매뉴얼 없어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재건축사업이 가장 많은 서초구. 재건축 대상 단지 59곳 중 6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고, 조만간 철거에 들어갈 단지도 있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 가운데 교육 시설이 인접한 곳은 모두 3곳. 문제는 이런 ‘스쿨존 옆 공사장’ 안전관리 매뉴얼이나 자치구 세부 조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이후 시교육청에서 학교 인접 공사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지만 ‘통학로’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자체 건물 내진 설계나 석면 등 학교가 직접 피해를 입은 부분이 전수조사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로로 분류되는 학교 외부 통학로는 각 자치구 관할이라는 것이다. ‘서초구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를 보면 어린이 안전교육이나 교통안전지도사 배치 등 교과서적인 수준의 조항만 있을 뿐 공사장 인근 통학로 안전과 관련된 세부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공사장 옆 교육 시설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서초구의회 김정우 의원(재정건설위원회)은 현대HCN과의 인터뷰에서 등하교 시간 대형 화물트럭 통행을 제한하는 조례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행동능력과 판단능력을 고려한 통학로 안전관리 체계가 갖춰졌을 때 공사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허억 교수는 차와 아이들이 다니는 동선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물리적으로 펜스를 설치해서 대형트럭이 통행하는 길과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구분하고, 안전만 책임지는 전문 요원을 배치해야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재건축 공사 현장

교육부, 착공 전 안전관리 협의 매뉴얼 마련 중

한편, 교육부는 착공에 들어가기 전 자치구와 학교, 시공사가 아이들의 안전관리를 놓고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앙정부 차원의 매뉴얼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지역에서는 계성초등학교의 사례를 언급할 수 있다. 현재 이주를 마치고 철거 초읽기에 들어간 신반포 3차와 경남아파트는 바로 맞은편 계성초등학교를 두고 있는데, 여기에 신반포 15차까지 착공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통학에 지장이 생기는 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에 계성초는 해당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와 접촉해 어린이 안전관리를 두고 수차례 논의를 거쳤고, 지난해 11월 말 학부모설명회를 열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질의를 받는 등 공론화에 들어갔다.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닌, 어린이 안전문제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모델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쉬는 겨울방학에도 공사현장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지역 내 수십 개 단지가 재건축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새 학기, 매일같이 내 아이가 오르는 위험한 등굣길에 신경 쓰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시공사뿐만 아니라 자치구와 교육 당국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면’이라는 생각으로 필요한 행정 조치에 속도를 내서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일이다.

<HCN 매거진 서초> vol.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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