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곳곳이 암초'…한 치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 안내시설
[기획취재] '곳곳이 암초'…한 치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 안내시설
  • 김민욱 기자
  • 승인 2019.01.09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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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길을 걷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노란색 보도.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나침반이나 다름없는 점자블록입니다.

그런데 보행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 위로 장애물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가하면, 장애인의 각종 안내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거나 관리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본문>

간만에 외출을 나온 시각장애인 윤경아 씨.

앞을 보지 못해도 똑바로 걸을 수 있는 건 보행로를 따라 나 있는 점자블록 덕분입니다.

그런데 길을 걷던 윤 씨가 이내 멈춰섭니다.

점자블록 위로 떡하니 자리잡은 장애물 앞에서 갈 길을 잃은 겁니다.

[인터뷰 : 윤경아 / 시각장애 1급 ]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게 무엇이고 어디서 끝나는지 몰라서 계속 그 장애물을 지팡이로 더듬어 가다보면 시간낭비도 심하고 안전에 대한 위협을 받습니다."

윤 씨가 마주한 건 서초구청이 운영하는 한파대피소, 이른바 '서리풀 이글루'입니다.

[녹취 : 서초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주민 요청에 의해서 서리풀 이글루가 설치됐는데 불가피하게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최대한 빨리 조치하려고 해요. 전체를 다 뜯어서 이동해야 하니까…"

비장애인들의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조성된 편의시설이 도리어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화면전환>

하루종일 사람들로 붐비는 남부터미널 대합실.

역시 시각장애인 점자 유도블록이 깔려 있지만 어딘가 허술합니다.

노란길을 따라가다보니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의자와 마주칩니다.

점자블록 길목을 다른 시설물이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녹취 : 남부터미널 관계자 (음성변조) ]

"저흰 모르겠고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데…의자 없으면 손님들 난리 나니까…"

현행법상 시각장애인 점자 유도블록을 설치할 때는 양옆 20cm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어겼다고 해서 강제로 장애물을 옮길 의무가 없어 규정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게다가 점자블록은 설치된 위치에 따라 관할도 제각각이라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녹취 : 서초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인도라고 하면 도로과 소관일 수도 있고, 아파트 안에 있으면 건축주 또는 관리인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거든요."

지하철역에서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습니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

위급 상황에 쓰이는 비상버튼을 아무리 눌러봐도 역무실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늘 불안감을 안고 오르는 에스컬레이터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들어서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곳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녹취 :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음성변조) ]

"경고음은 안 들린다고 알고 있는데 한 번 제가 전달해보겠습니다. 바로 개선될지는 모르겠는데…"

지난 12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서울시 주요 지하철역 14곳에서 에스컬레이터 반대 방향으로 가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고, 4곳은 아예 점자 표지판이 없어 시각장애인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안전요원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교체공사가 한창이던 방배역에서 시각장애인 48살 A씨가 선로로 추락했습니다.

점자블록을 그대로 따라 걷다 승강장 아래로 떨어진 A씨는 허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승강장에 '발빠짐 주의'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인터뷰 : 천삼례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초구지회장 ]

"안내를 받고 싶을 때 도우미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저희들에겐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어려운 점 같아요."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가 자치구마다 있긴 하지만 그나마도 5년 주기로 진행되는 데다 조사 후 유지나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

사실상 주민 신고나 민원을 받아 조치에 나서는 땜질식 대처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 홍서준 /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 연구원 ]

"편의시설 설치에 있어서 장애인단체, 그리고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돼야 하고요. 행정 부서가 유기적으로 관리해서 (장애인의) 동선이 환경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스탠드업 : 김민욱 기자 / kmwhcn@hcn.co.kr ]

"장애인 일자리부터 장애인 문화행사, 장애인 교육과 의료지원까지. 해마다 공공기관에서 쏟아내는 장애인 정책들입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은 모두 1천 2백여 명. 비장애인의 편의를 위한다는 이유로 정작 가장 기본적인 보행권을 위한 노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HCN뉴스 김민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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