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말의 힘
  • 인사이드서초
  • 승인 2019.01.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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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 갤러리스트

막 송이가 나오던 때, 10월 초였을 것이다.
대장님이 송이를 먹자고 불쑥 벙개를 해서 모인 몇이가 이런 저런 가을 수다를 송이 송이 떨며 유쾌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의 고향이 하얼빈이라고 했다.
한중문화교류단의 회장인 그녀는 한국말이 유창, 성격도 좋아서 금방 친구가 됐다.
하얼빈은 안중근으로만 기억하는 내게 세계 빙등 축제가 유명하다며 평생 한번은 가봄직하다고, 두번은 추워서 다들 안간다며 웃었다.

ㅡ우와! 가보고 싶네요! 겨울 왕국 같겠다!
다소 영혼없는, 사소한 피드백이었다. 물론 여행이야 언제라도 꿈꾸는 것이므로 절실함이 없진 않았겠지만, 분명 보톡스 맞고 온 친구에게 우와! 완전 젊어졌네! 너어무 이뻐졌는 걸! 할 때의 기분과도 다르지 않은 의례적인 반응이었다.
ㅡ진짜 가볼래?
우리의 대장님이 진지하게 물어오셨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아까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며 명랑하게 대답했다.
ㅡ언젠가 가보고 싶어요. 얼은 송화강이라니!

사태의 심각성은 단 1도 인식하지 못했다. 피드백 여왕답게 그냥 내키는대로 막 던졌던 것이다. 그게 나다. 물론 억지로 하는 말은 아니다. 반드시 마음이 내켜야 한다. 좋아요 하나도 성심을 다해 꾹 누르니까.
그렇게 성심껏 진심으로 피드백 하는데도 친구들은 나랑 옷사러 가면 안된다며 쇼핑메이트로 꽝이라고 했다. 다 이쁘다고 한다면서! 이건 이래서 이쁘고 저건 또 저래서 잘 어울린다고! 그렇게 다 좋다고 말하는 거 보니 뭘 볼 줄 모르는 사람 아니면 무심한 사람이라고. 그래, 둘 다다! 잘됐지. 뭐. 난 쇼핑은 짧을수록 좋다는게 지론이다.

무튼 그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정확히 일주일 후 명단과 일정이 담긴 메일을 받았다.
한중 문화 교류단의 일원으로 민간 외교의 일환처럼 여행 프로그램이 짜져 있었다.
하얼빈 빙등 축제와 안중근 기념관, 훠궈와 꿔바로우, 조선 유화관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편안하게 짜여진 여행.
나의 영혼 없는 "가보고 싶어요!"를 마음으로 받아 고스란히 현실로 만든 대장님 대장님 우리 대장님.
늘 생각하지만 대단하시다. 엄청나시다.

한마디의 위력을 실감 중이다. 아무 뜻없이 툭 던지는 말이어도 그 말에 연두 연두한 씨앗이 들어있음을 절감한다. 그 말씨앗들은 마음의 햇빛, 물, 바람으로 초록색 잎을 무성하게 틔우거나 그냥 검은 흙에 묻히거나.
무심하고 건성이어서 이옷 저옷 다 이쁘다고 하는 내가 요즘은 그 말에 마음을 잔뜩 기울인다. 누군가의 스쳐 지나가는 한마디도 쫑끗, 담아둘 건 얼른 담아둔다. 진심어린 칭찬과 응원은 아예 노트에 아로 새겨 놓는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귀가 열린 거 보니 이제 좀 세심해지고 인생 발전도 하려나.
모든 것은 한사람에서,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1월 9일부터 12일 하얼빈으로 여행갑니다.
#영하 20도 라는군요.
#아무래도 입 돌아가서 오겠습니다.
#여행전 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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