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Intimate Strangers, 2018)
완벽한 타인 (Intimate Strangers, 2018)
  • 최하진 / 무비 큐레이터
  • 승인 2019.0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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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이름의 당신

타인은 지옥이다

사르트르의 이 말 속에는 현대인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 있다. 원하건 원치 않건 그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는 무수한 타인과 겹겹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타인과 더불어 살면서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동안, 단절과 좌절을 겪으며 또한 완전한 혼자임을 깨닫기도 한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2016)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도 흥미로웠지만, 작품에 대한 몰입도도 상당하였다. 마치 거울 속의 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우리의 현실과 닮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그 속에 내가 있는 것처럼 부끄러움과 공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휴대폰은 문명의 이기를 넘어 오늘날 현대인에게는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다. 설령 부부라고 하더라도 쉽게 허락할 수 없는 휴대폰, 그것을 공유한다는 위험한 발상은 영화 안과 밖의 사람들을 순식간에 하나로 묶어놓았다.

 

당신의 관계는 안녕하십니까

관계는 연어를 닮아서 세월이 흘러갈수록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 속초가 고향인 태수와 석호 등 어릴 적 동네 친구였던 네 남자는 성인이 되어도 계속 만난다. 성공한 의사 부부인 석호와 예진의 집들이를 하는 날, 식사 자리에서 이들은 모든 휴대폰 내역을 공유한다는 위험한 게임을 하게 된다. 배우자들까지 일곱 사람, 그리고 일곱 개의 휴대폰 안에 들어 있던 각자의 비밀 뚜껑이 열리는 순간은 단순한 공간설정과 한정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스릴러와 예측을 불허하게 된다. 겉으로는 모두 완전체인 척하지만, 그리고 도덕적인 교양을 갖추지만, 우리 각자가 가진 정체성은 타인 앞에서 얼마나 위태로운가. 결국 일곱 가지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가족과 친구는 낯선 얼굴의 타인으로 변한다. 아무도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은밀한 비밀과 통속적인 거짓말 속에서 모든 것이 발가벗겨진 참석자들. 그들의 저녁 식사는 파국을 향해 가고 영화를 보는 관객, 우리 누구도 저 영화 속 주인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난감한 사실 앞에서 관객들은 웃고 있지만 정작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게 된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TV 드라마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 그리고 영화 <역린>(2014)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재규 감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영화는 더욱 잘 짜여진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소재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사실 인간의 삶이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내 것이 아닌지 알 수 없다. 때로 영화와 현실이 서로 명확한 경계가 없는 것처럼 우리는 보여지는 삶과 휴대폰에 저장된 삶 사이 끼어있다. 오프라인의 나와 온라인 속의 내가 다른 것처럼 이 두 삶은 상반돼 보이지만, 사실은 한 사람의 삶임에 틀림없다. 내 안에 몇 개의 내가 있는지 나도 모르는데, 타인인 당신이 어떻게 알겠는가. 파국일까, 아니면 진행형일까, 이들의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대인의 삶이 그만큼 비밀스럽고 고독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내가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핸드폰이 내 삶을 쥐고 있는 것일까?

 

<HCN 매거진 서초> vol.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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