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
  • 최하진 / 무비 큐레이터
  • 승인 2019.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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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남자

-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

 

그가 나타났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영화, 변방의 이방인에서 전설이 된 남자가 있다. 영국 출신 밴드인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드디어 안방극장에서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로 공항에서 일하던 그는 로저 테일러, 브라이언 메이, 존 디콘과 함께 영국의 두 번째 여왕이라는, ‘퀸’의 신화를 만든다. ‘퀸’을 들으며 자랐던 기성세대나 그들을 잘 몰랐던 청년들이나 관객들은 영화에 열광했다. 특히나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약 7만 2,000명 이상이 운집한 가운데 150개국에서 약 19억 명이 시청했던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에 선 ‘퀸’의 모습은 시대를 훌쩍 넘어 전설이 되었다. 사후 27년 만에 강제로 소환당하여,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고 있는 그는, 우리를 뜨겁게 달구며 이렇게 돌아왔다.

 

영국에는 두 여왕이 있었다

17세 때 인도 잔지바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그의 몸 안에는 독실한 조로아스터교인으로 보수적이었던 아버지의 피와 자유를 꿈꾸는 영국 청년의 꿈이 모두 담겨있었다. 1970년 영국의 런던에서 밴드 ‘스마일’팀과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 파록 버사라가 만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후 이름을 프레디 머큐리로 바꾸고 록 밴드 ‘퀸’은 1973년 첫 앨범 ‘Queen’을 발매한다. 1975년에는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 ‘A Night At The Opera’를 발표했고, ‘퀸’만의 파격적이고 독특한 구성을 가감 없이 담아낸 첫 싱글 ‘Bohemian Rhapsody’를 선보이며 그해에 영국 내 9주 연속 1위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퀸’의 명곡을 20곡 이상 담았는데, 특히 마지막 공연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전율에 가까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로 분했던 라미 말렉 등 여타 배우들의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과 무대 세트 재현은 관객들로 하여금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환상을 선물하기도 했다. 뜨거웠고, 감동적이었고, 우리 안에서 퀸은 완전히 부활했다.

 

나는 전설이 될 것이다

대개의 전기영화가 그렇듯 <보헤미안 랩소디>도 프레디 머큐리라는 한 인물에 대한 존경과 추억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함의하고 있는 것은 조금 더 광활하고 깊다. 45살의 나이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돌출된 입과 이마 등의 외모나 혹은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외톨이였다고 알려졌다. 그런 그의 탈출구는 음악이었을 것이고, 그가 음악 앞에서 금기나 한계가 없었던 것은 프레디 머큐리 안에 내재한 다양한 문화와 도전적인 성격 덕분이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그에게 운명적인 연인 메리 오스틴이 나타나지만 그는 양성애자임을 밝히고, 그녀는 그를 존중하여 연인 대신 친구로 오래도록 곁에 남게 된다. 그리고 그의 사후에 세상의 이반인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외쳤는데, 프레디 머큐리가 동성애자가 아니었다면 그는 좀 더 오래 살아서 노래했을 텐데…하며 아쉬워하는 건 우리의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면에서건(심지어 성적인 취향까지도) 충실했고, 그 자신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퀸’을 만든 것이리라. 프레디 머큐리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불멸의 음악과 함께 우리가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자신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함께 볼 영화 - 전설이 된 그들

레토(Leto, Summer, 2018)

 

러시아의 전설, 빅토르 최의 음악과 삶을 담은 영화로 1981년의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했다. 금기된 음악, 록을 사랑했던 한 자유로운 뮤지션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예술의 힘으로 극복하는 현실 등을 담았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화제작이자 까이에뒤 시네마 ‘올해의 영화 톱 10’으로 선정된 이 작품 속의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인이자 그룹 키노의 리더로 자신만의 음악을 통해 꿈, 자유, 희망, 낭만을 노래하고 있다.

<HCN 매거진 서초> vol.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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