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시민의숲? 매헌공원? 30년째 줄다리기 '팽팽'
양재시민의숲? 매헌공원? 30년째 줄다리기 '팽팽'
  • 김민욱 기자
  • 승인 2019.03.1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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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진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만큼 순국선열과 독립지사의 뜻을 기리려는 애국단체들의 노력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데요.

지역에 있는 윤봉길기념사업회는 기념관이 위치한 양재시민의숲을 윤봉길 의사의 호를 딴 '매헌공원'으로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를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 그 움직임에 탄력이 붙었는데 주민 의견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김민욱 기자입니다.

<기사본문>

양재2동에 25만여 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된 근린공원.

도심 속 녹색 휴식 공간과 캠핑장을 갖췄고, 40여 종의 수목도 볼 수 있어 사시사철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이 공원의 정식 명칭은 '시민의숲'.

하지만 양재동을 대표하는 명소로 알려지다보니 흔히 '양재시민의숲'으로 불립니다.

최근 이 공원 이름을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호를 딴 '매헌공원'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986년 시민의숲이 조성되고 2년 뒤 세워진 윤봉길기념관을 비롯해 윤봉길 동상과 숭모비, 매헌교 등이 공원 곳곳을 채우고 있는 것.

별다른 특색이 없는 '시민의 숲'보다 존경받는 위인 이름을 붙이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게 윤봉길기념사업회의 입장입니다.

[인터뷰 : 이성섭 /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이사 ]

"양재라는 지역적인 이름보다는 매헌이라는 나라사랑과 충정이 서린 이름으로 바꾸면 지역에서 자부심도 갖고 국민통합도 되고…"

시민의숲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2002년 공원명 변경 요청을 받았던 서울시는 '탄생 100년이 안 된 인물의 이름을 공원명으로 할 수 없다'는 당시 규정을 들어 기념사업회의 요구를 반려했습니다.

윤 의사 탄신 100주년이 되는 2008년.

이번엔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이던 고승덕 의원이 윤봉길 의사가 서초구와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명칭 변경에 반대하면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습니다.

10년이 흘러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은 현재 물꼬가 트였습니다.

[인터뷰 : 박경미 /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초을 지역위원장) ]

"서울시장에게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했고요. 서울시에서도 서초구민, 양재동 주민들이 찬성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스탠드업 : 김민욱 기자 / kmwhcn@hcn.co.kr ]

"여기까지 보면 올해 시민의숲이 매헌공원으로 이름이 바뀌는 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과정이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습니다. "

근린공원 명칭을 바꿀 때는 서울시지명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엔 '지역주민의견 존중 원칙'이 반영됩니다.

주민 의견이 관건이란 얘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용객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인터뷰 : 박인상 ]

"양재시민의숲 역 바로 옆 공원이니까 그냥 시민의숲으로 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해요. "

[인터뷰 : 이경선 ]

"3.1운동 100주년이라고 해서 대대적으로 행사도 많이 하는 거 보면 당연히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인터뷰 : 권영신 ]

"'시민의숲'이 '매헌공원'보다는 더 친숙한 게 있어서 양재시민의숲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이에 앞서 서초구지명위원회를 먼저 통과해야 해서 명칭 변경까지는 진통이 예상됩니다.

[인터뷰 : 서초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서초구 권역별로 다 조사해야겠죠. 지역주민들이 찬성을 해줘야죠.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시민의숲이 윤봉길 의사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쓴소리도 나옵니다.

백마부대 충혼탑부터 대한항공과 삼풍백화점 희생자 위령탑, 최근에 조성된 우면산 산사태 추모공원까지.

수많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공간이자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원 이름에 위인 한 명의 호를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전화인터뷰 : 권영상 / 대한국토학회 공원오픈스페이스연구위원장 ]

"공원에 여러 주체들이 있는데 매헌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을 경우 기념사업회에서 공원 운영에 대해 기여한다거나 유지·관리라든지 시설이 망가졌을 때 보수해야 하는 부분 등 역할을 일부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스탠드업 : 김민욱 기자 / kmwhcn@hcn.co.kr ]

"3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시민의숲 명칭 논란.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은 시기에 발맞춰 역사적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바뀌어야 할지,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무난한 이름으로 불려야 할지. 공원을 이용하는 우리 모두가 생각해볼 일입니다. HCN뉴스 김민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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