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도록 정화만"…'반포천 재생' 답 없나?
"10년 넘도록 정화만"…'반포천 재생' 답 없나?
  • 김민욱 기자
  • 승인 2019.05.3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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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대표 ‘하천’이라고 하면 많은 주민들이 양재천을 꼽는다. 양재천만큼 과거로부터 주민들의 관심을 받아온 하천이 바로 반포천이다. 서초동에서 출발해 동작역을 지나 한강으로 4.3km를 흐르는 반포천. 겉보기엔 고즈넉하고 아름답지만 비만 오면 이 하천에서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은 수년이 지나도 끊이질 않는다. 3년 전 서초구는 69억 원을 들여 반포천의 악취와 수질오염 문제를 개선하는 일명 ‘반포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사업계획을 내기도 했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6월, 반포천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2022년까지 69억 원 들여 정화 계획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주말. 아침부터 나들이객들로 북적이는 양재천과 달리, 같은 날 오후 반포천은 인적이 뜸하다 못해 스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유는 다름 아닌 악취 때문. 반포본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난해 반포천 정비사업 이후로도 악취가 가시질 않아 하천 옆을 걸어갈 때마다 코를 막고 다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말하는 악취의 발원지는 반포천과 사당천이 만나는 합류 지점. 육안으로 봐도 수로에 검은 물때가 잔뜩 끼어있고, 흘러들어오는 하천 위로 부유물도 눈에 띄었다. 물이 말라 드러난 바닥에는 파리 떼가 들끓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사당천에서 반포천으로 생활하수가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반포천을 살리기 위해 서초구는 일찌감치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시작된 반포천 재생사업으로 물순환을 돕는 수중폭기기 8대와 분수가 하천에 설치됐다. 반포천 300m 구간에 들어간 친환경 소재 ‘루미라이트 분말’은 수중 오염 성분을 분해한다. 올해는 악취를 여과해 공중으로 분해하는 탈취장치도 들어선다고 하는데 이렇게 2022년까지 사업비 69억 원이 들어간다.

 

2006년부터 연간 12억 원 들였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반포천은 청정하천이었지만 70년대 강남 개발로 주변에 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성모병원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건천화된 하천에 생활하수까지 흘러들며 악취와 해충의 발원지로 전락한 것. 2006년부터는 한강에서 하루 6,000톤의 물을 끌어들여 반포천에 방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4년 뒤인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반포천 주 변 악취 저감 방안이 나왔다. 악취가 심한 복개구간 1.8㎞에 생활하수를 따로 분리해 모으는 차집관로가 조성됐고, 자동개폐식 덮개와 빗물받이 악취차단장치, 탈취시설 등을 설치하는 데 62억 원이 투입됐다. 이듬해에는 아예 한강물 집수시설이 설치됐다. 송수관로를 연장해 하루 총 2만 6,000톤의 물을 반포천으로 흘려보내게 되는데 여기에는 시비와 구비를 합해 25억 원이 들어갔다. 최근 사업비까지 더하면 2006년부터 반포천 정비에 연간 12억 원이 꼬박 들어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하천복원사업 계획만 수립됐어도 비용을 충분히 아낄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배재근 교수는 “장기적인 하천 정비 계획을 세운 뒤 단계별로 접근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기반시설 확충에만 급급하면 사업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반포천의 특성 때문에 정화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재천보다 길이가 짧은 반포천의 경우, 물이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오염된 수질이 그대로 방류될 소지가 높다. 또, 과천시 환경사업소에서 나온 방류수가 흐르는 양재천과 달리, 반포천은 반포동을 비롯해 사당동과 남현동 등 다른 지역의 생활하수와 오수가 그대로 흘러들어오는 구조다. 이에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미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게 아니라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반복되는 예산 지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환경실천연합회 이경율 회장은 현대HCN과의 인터뷰에서 “반포천으로 유입이 되는 오염원에 대한 근본적인 모니터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염물질이 들어오는 유형별로 수질오염의 성분이 무엇인지, 즉 ‘질소’인지 ‘인’인지 생활하수인지 아니면 산업폐수가 들어오는지 수질검사를 통해 파악한 다음에야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에 여름이 오면 악취나 수질 문제는 물론, 잦은 비로 생활하수가 더 유입돼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악취와 수질 문제를 뿌리 뽑기에 아직 반포천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정화사업 추진으로 언젠가 반포천이 양재천만큼 주민들의 사랑을 받게 될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HCN 매거진 서초> vo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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