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 의무화 4년…여전히 눈치 보며 열람?
어린이집 CCTV 의무화 4년…여전히 눈치 보며 열람?
  • 박상학 기자
  • 승인 2019.06.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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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가 의심돼 CCTV를 보고 싶어도 어린이집 눈치를 봐야 하는 학부모. 반면 CCTV 촬영으로 ‘잠재적 범죄자’ 몰리는 교사.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15년부터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학부모와 교사 간 보이지 않은 갈등은 여전하다. CCTV로 보는 제한된 시선은 보는 이에게 믿음과 안심을 줄 수도 의심과 오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미 의무화되어 있는 어린이집 CCTV가 제대로 순기능을 하게 하려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 CCTV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실마다 CCTV 두 대 설치… CCTV 열람에 적극적인 어린이집

내곡동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교실마다 한 대만 설치해도 되는 CCTV를 학부모 동의를 얻어 한 대 더 추가하고 의무설치 대상이 아닌 화장실에도 CCTV를 달았다. 그렇다 보니 CCTV 사각지대가 사라졌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학부모 안심을 위해 CCTV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한 것. 학부모가 요청하면 절차에 따라 언제든 CCTV 열람도 어렵지 않다. 물론 처음에는 보육교사들의 심적 부담이 적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부모와 교사 간 신뢰를 쌓고 소통하는 좋은 수단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 어린이집 교사 A 씨는 “학부모님도 안심시켜 드릴 수 있고 교사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하는 오해가 발생했을 때 교사들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와 불편한 관계 우려’ CCTV 섣불리 확인 어려워

이와는 달리 아동학대 의심이 들어도 CCTV 영상을 잘 볼 수 없는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학부모는 아동학대 의심 등 아이의 안전 확인 목적일 경우 언제든 CCTV 열람을 요청해 확인할 수 있다. 열람 요청을 받은 어린이집 원장은 10일 이내에 열람 가능 시기를 알려야 하고 열람 시기는 회신일로부터 7일 이내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이 영유아의 피해 정도, 사생활 침해 등을 고려해 열람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교사와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우려해 섣불리 CCTV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한 학부모는 “CCTV를 확인하자고 하면 신뢰 관계가 깨질 것 같다”며 “이후에 아이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서 “고장 났다” 발뺌하면 뾰족한 수 없어

어린이집에서 CCTV가 사라졌다, 지워졌다, 혹은 고장 났다 이렇게 발뺌하면 학부모들이 CCTV를 볼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얼마 전 관악구에 사는 학부모 B 씨는 3살 아이의 다리 곳곳에서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B 씨는 아동학대 의심이 들어 어린이집에 CCTV 열람을 요청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CCTV 영상 저장 장치가 고장 나 밖에 버렸더니 누군가 가져갔다는 것. 어린이집이 CCTV 영상을 훼손하거나 삭제해도 이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행정기관에서 할 수 있는 건 과태료 처분이 전부다. 반면 아동학대 행위를 한 경우 운영정지, 폐쇄 등의 처벌을 받는다. 해당 어린이집은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어 구청에서 과태료 75만 원 처분만 받았다.

 

서초구 ‘CCTV 열람주간’ 운영…교사들 ‘잠재적 범죄자’ 우려

 

서초구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적극적인 CCTV 열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1년에 두 차례 공식적으로 ‘CCTV 열람주간’을 운영하도록 해 논란이 됐다. 어린이집이 먼저 나서서 학부모가 눈치 보지 않고 CCTV를 볼 수 있게 하자는 건데 이미 민간어린이집에서는 매월 1회 ‘CCTV 열람의 날’을 운영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것. CCTV 열람은 아동의 안전 확인이라는 공익적 목적만 허용하고 교사와 아동의 사생활침해 방지를 위해 ‘확실한’ 모자이크 처리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교사들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도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학부모가 언제든 CCTV를 볼 수 있는 환경”이라며 “열람주간이라는 ‘특별한 날’을 만드는 건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CCTV 열람을 통해 ‘혹시나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늘 마음 졸이는 교사들의 입장도 정책 수립에 앞서 적극적으로 헤아릴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행난 숙명여대 겸임교수는 “경우에 따라서 우리가 예상치 않았던 문제로 어린이집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야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며 “그렇다 보니 교사들의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아동학대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양측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CCTV 열람이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고 해서 신뢰가 쌓이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교사와 학부모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교사 양성 과정에서 아동 인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부모들은 교육기관을 의심의 대상이 아닌 신뢰할 기관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CN 매거진 서초》 vol.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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