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자극"은 어디에 있을까?
"공부 자극"은 어디에 있을까?
  • 이상민 / 서울대학교 아시아언어문명학부 18학번
  • 승인 2019.10.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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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자극은 어디에 있을까?

-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이 가장 큰 동기부여

모교를 방문할 때마다 후배들에게 받는 단골 질문이 있다. “언니, 집중이 안 되거나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했어요?” 점수 1점에 크게는 두 등급까지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라, 매번 진솔한 답변을 해주지는 못했다. “으응, 기분전환을 가볍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라고 말하곤 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가벼운 기분전환’의 정도를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설령 안다 하더라도 거의 8, 9시간 동안 학교에 갇혀있던 아이들에게 ‘가벼운 기분전환’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학부모님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부 자극은 무엇일까?

 

점수가 떨어졌을 때 학생들의 마음

본인은 무려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수학 과목에서 38점을 받은 경험이 있다. 학교가 수학 시험을 다소 어렵게 출제하는 편이라는 변명을 항상 덧붙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적표에 7등급이 찍혔던 굴욕은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아찔하다. 점수가 이렇게 대폭 하락한 데에는 정말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너무 긴장한 탓이었던지 시험지를 받자마자 흔히 말하는 ‘블랙아웃’ 현상이 왔었다.

유튜브에 공부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보면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한 친구들이 많을 뿐더러, 한 번 이렇게 트라우마로 남게 되면 다음 시험, 그다음 시험까지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 시험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도 이렇게 ‘블랙아웃’을 겪거나 점수가 하락하는 결과를 받을 경우, 학생들은 보통 무한대의 불안감에 휩싸인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어디일까?’, 그다음에 드는 생각은 ‘다음 시험에서 얼마나 메꿔야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지?’, 그리고 그다음에 드는 생각은 ‘다음 시험도 못 보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이다. 꼬리를 물고 스스로에 대한 원망까지 이어지는 이 상태는 다음날 시험 준비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고 그 암담함 속에서 빠르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4일간의 약 9과목은 다음 시험에 대한 눈덩이 같은 부담감으로 불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일이 학년을 거듭하며 지속된다면 결국 그 학생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는 뜻

독서실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오늘은 날이 아니다 싶어 짐을 싸고 집으로 걸어간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유독, 정말 유난히 공부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 평소에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오늘 못한 만큼을 다음날 메꾸기 위해 머리를 굴려본 후 자리를 뜨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매일이 이와 같은 일상이라 정말 특효약이 절실하게 필요할 수밖에 없다. 본인도 상승곡선을 탄 대표적인 예시라서, 후자의 학생들이 어떤 심정으로 책상에 앉아있는지 누구보다 공감이 간다. 흔히 사람들이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형형색색의 필기를 하더라.’라고 말하던 그 ‘공부 못하는 애들’ 중 한 명이라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항상 책상 앞에는 쓸데없이 많은 펜들과 필통, 그리고 해치우지 못한 공부계획들이 아련하게 남아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보자 하는 의지가 없어서 이런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 친구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유튜브 채널의 공부 자극 영상을 찾아보고, SKY 선배들의 영상을 보며 그들이 말하는 공부법을 메모까지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공부를 하는 주체가 자신이 아닌 것이다. 바로 남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있게 보일 뿐이지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스스로 한 번도 감탄이나 경외심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바로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이 가장 큰 동기부여

본인은 효과적인 공부법을 거의 사전처럼 알고 있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매일매일 돌아가면서 방법들을 시도해봤고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를 찾아나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2학년 2학기 무렵, 드디어 정착한 공부법은 그 누구도 소개하지 않았던 나만의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러면 그전까지 수십 번의 시도는 무용지물일까? 아니다. 밀도가 탄탄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는 노력들이 쌓여야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결과물인 것이다. 자신에게 꼭 맞는 공부법을 발견하기 전까지 맞지 않는 방법들을 쳐내는 과정 자체가 배움인 것이고, 하나의 방법에 정착하여 공부의 가속도가 붙는 순간이 학생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때, 성적이라는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학생에게는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인이 생겼고, 이어 포기하지 않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가짐이 이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히는 순간은 오롯이 본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고민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님들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자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곁에서 끊임없는 위로와 응원을 해주시는 게 필요하다.

《HCN매거진 서초》 vol.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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