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넝마주이 - 정종화 영화연구가
충무로의 넝마주이 - 정종화 영화연구가
  • 김민욱 기자
  • 승인 2019.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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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넝마주이

정종화 영화연구가

칸영화제가 인정한 영화 <기생충>이 지난 6월 22일 기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생충의 성적표는 한국 영화사에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았다. 올해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 ‘백돌’을 기념해 열린 한국영화 포스터 전시회에서 정종화 영화연구가를 만났다. 62년 동안 한국영화의 발자취를 따라온 그가 평생 모아 온 영화 자료만 수만여 점에 달한다. ‘영화는 눈 뜨고 보는 꿈’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은 아직도 어린 시절 영화와 극장이 주는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듯하다.

 

정종화 영화연구가는?

영화를 너무나 좋아해서 1954년 부산 피난 시절부터 영화 자료를 모으게 됐습니다. 오늘날 ‘움직이는 영화박물관’, ‘충무로의 넝마주이’ 이런 별명들이 저를 따르고 있는데,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해서 지난 한 달간 예술의전당에 제 소장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뿌듯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 자료들을 수집하는지?

평생 모은 영화 자료가 참 많습니다. 62년 동안 8만 점 정도를 모았는데 1920년대 춘사 나운규 선생의 <아리랑>을 비롯해 한국영화의 맥을 이어온 <춘향전> 등 과거 우리나라 영화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자료들이 대부분입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였던 전시에 이 모든 자료를 다 가져다 놓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작품만 엄선해서 포스터 400여 점, 시나리오 원본, 사진 자료 600여 점 등 총 1,000여 점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습니다.

 

가장 아끼는 소장품은?

발로 뛰어 수집한 것들이라 모두 제 자식같이 아끼지만 그중 이만희 감독의 <만추>, 강대진 감독의 <마부> 포스터를 가장 좋아합니다. 또,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포스터도 있는데,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직접 받은 선물이라 제겐 더 영광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영화 포스터와 자료를 수집했는지?

부산 피난 시절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제 형을 따라서 영화를 보러 가곤 했어요. 어린 시절 영화를 많이 접하다 보니 영화를 단순히 극장에서 볼 것이 아니라 줄거리와 제작진, 배우들의 약력 이런 정보를 종합적으로 알고 보는 게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극장만 가면 포스터를 닥치는 대로 모으곤 했죠. 형의 지인 집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자료를 얻어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극장마다 다니면서 포스터를 수집했고, 어린이 행사에서 퀴즈를 풀면 영화 포스터를 받기도 했는데 그렇게 모은 게 포스터만 현재 1만여 점에 이릅니다.

 

한국영화 100년을 평가한다면?

한국영화는 1919년 삼일절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3·1운동 후 그해 10월 27일 개봉한 연쇄극 <의리적 구토>가 한국영화의 기원이 됐습니다. 1926년 춘사 나운규의 <아리랑>이 단성사에서 공연을 하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올라갔고, 1932년 이규한의 <임자 없는 나룻배>, 1946년 <자유만세>에 이어 6·25전쟁 후 개봉한 1955년 이규한 감독의 <춘향전>은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성장기를 알리는 모멘텀이 됐습니다. 특히 춘향전은 10년 단위로 계속해서 다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를 장식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9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한국영화의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종래의 영화 제작비나 극장 문화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당시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오늘날 ‘천만 관객시대’를 열 수 있는 발판이 됐죠. 이후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를 필두로 올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까지 모두 19편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한국영화는 관객들과 친숙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장식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새롭게 발굴된 소재들이 한국영화 100년사에 여명을 비춰주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한국영화에 기대하는 바는?

영화는 주기적으로 변합니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3년 단위로요. 영화는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시대가 요구하는 것, 그리고 그 시대에 맞는 민족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시대의 질서를 제시할 수 있는 ‘인간 탐구’를 다룬 작품들이 더 나온다면 한국영화는 흥행과 예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100년사를 다시 한 번 장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HCN매거진 서초》 Vo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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