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부모 역할
아동기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부모 역할
  • 심혜원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19.10.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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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Trauma)라는 단어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신체적 부상’이라는 뜻이었으나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심리적 부상을 묘사하는데 이 언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심리적 상처와 고통으로 이어지는 경험 혹은 사건을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가정과 사회의 폭력, 재난이나 사고 등은 비교적 분명한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꼭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만 트라우마틱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대인관계에서 받는 상처, 수치심을 주는 사건, 박탈, 따돌림, 질병 등도 트라우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동이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면 근본적인 안전감과 안정감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첫째, 공포와 불안을 경험한다. 사건이 또다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홀로 남겨질지 모를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동은 중요한 타인, 대표적으로 양육자와 떨어지려 하지 않으려 한다. 둘째, 퇴행 행동을 보인다. 야뇨, 손가락 빨기, 매달리기, 낯선 사람 피하기 등의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셋째, 수면 곤란을 보인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거나 밤에 잠들거나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것을 힘들어할 수 있으며 악몽을 자주 꾼다. 넷째, 두려움, 죄책감, 분노 등에서 비롯되는 위장 장애, 두통, 섭식 문제, 구토 등의 신체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다섯째, 주의 집중에 어려움을 보이고 쉽게 주의가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즉 자신 또는 부모님이 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고, 양육자 또는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과 분리되는 상황에서 불안해한다.

부모가 아동의 트라우마 후 반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에 따른 구체적인 부모 역할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는 아동의 “공동 조절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심리적 조절자’이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자기조절 기제를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공동 조절자에 의해 충분히 조절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동이 불안반응을 보일 때 회유하고 논쟁하거나 구출해주려는 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동 조절자로서의 부모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부드러운 표정을 유지하면서 아동의 정서적 기복을 수용하고 천천히 조절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체적, 정서적 접촉을 많이 해주고 아동과 늘 가까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부모는 “탐정가”가 되어야 한다. 자녀가 떼를 쓸 때 이것이 의도적인 불이행인지 내적 자원이 고갈되어 그러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하는데, 전자의 경우라면 적절한 훈육이 필요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전적인 수용과 돌봐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트라우마를 경험한 경우 재경험을 유발할 수 있는 단서, 상황 등을 부모가 잘 파악하여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부모는 “제한 설정자”가 되어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아동들은 양육자에게 도전이 되는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곤 한다. 이럴 때 비일관적이고 처벌적이며 통제적인 훈육은 오히려 아동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모가 분명한 경계를 세우고, 일관성 있는 일과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순차적인 구조화된 상황은 아동을 편안하게 해 주고 회복시켜주는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담아내는 용기(container)”가 되어야 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아동뿐 아니라 부모 자신도 부모-자녀 관계 치료를 통해 부모가 어떻게 아동의 행동과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필요할 때 어떻게 제한을 설정하고, 아동과 어떻게 역할놀이를 하며, 아동이 놀이를 통해서 의사소통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배울 필요가 있다. 아동과 의사소통하기에 충분히 건강한 부모는 “네가 뭘 보여주는지 알겠어.”라고 부드럽게 수용하는 방식으로 아동의 자기표현을 담아내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효과적인 용기(container)로서의 부모는 “크고, 강하고, 지혜롭고, 친절해야” 한다.

참고. Paris Goodyear-Brown(2012). 외상장애 아동을 위한 놀이치료. 학지사.

<HCN매거진 서초> Vol.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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