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막으면 차 없는 거리? "지정보다 관리가 중요"
차만 막으면 차 없는 거리? "지정보다 관리가 중요"
  • 김민욱 기자
  • 승인 2019.11.05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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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하기 더없이 좋은 날씨다. 넓은 대로에 차량이 통제돼 시민들이 여유롭게 큰 길을 거니는 모습, 특히 주말이면 서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청계천과 덕수궁, 세종로 등 이른바 보행전용거리가 운영되는 곳에서는 탁 트인 도로를 걸으며 모처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이렇게 보행문화 조성을 위해 서울시가 지난 1997년부터 시작한 사업이 바로 ‘차 없는 거리’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1곳 이상 관리하고 있지만 잘 알려진 거리를 제외하고는 시민들의 인식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차 없는 거리, 135곳

덕수궁 돌담길
덕수궁 돌담길

오전 11시. 칼라콘 여러 개가 세워지면서 차량 진입이 순식간에 통제된다. 차들이 사라진 자리는 점심시간 오로지 주민들만의 산책로로 변신한다. 나들이객부터 인근 직장인까지 화창한 가을 날씨와 함께 돌담길을 만끽하는 인파들로 북적인다. 덕수궁 차 없는 거리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승용차는 물론, 오토바이 등 이륜차 통행도 금지된다. 차 없는 거리는 1997년 시작한 서울시 핵심사업이다. 덕수궁이나 청계천, 세종로 등 시가 자체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여러 곳이 지정돼 있다. 2015년 시내 67곳이었던 차 없는 거리는 올해 135곳으로 4년 사이 벌써 두 배가 늘었다.

 

원터2길, 방배천로 차 없는 거리였지만

우리 지역 차 없는 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차 없는 거리 홈페이지에서 25개 자치구별 보행전용거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서초구에는 3곳이 있었다. 기자가 직접 서초구의 차 없는 거리를 찾아 가 봤다. 청계산 진입로와 이어지는 원지동 원터2길은 주말만 되면 산을 찾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요일제로 운영돼 주말과 공휴일 낮엔 차가 다니면 안 되지만 등산객들의 보행을 방해하는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차 없는 거리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로 거리는 주차된 차들로 넘쳐났다. 궁금해서 서초구청에 문의했더니 해당 길이 더 이상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오래전 서울시에 차 없는 거리 해제를 요청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위 업데이트가 안 됐다는 것이다. 사당역 인근 복개도로(방배천로)도 매주 토요일 열리던 서초토요벼룩시장이 자리를 옮기자 일찌감치 차 없는 거리 이름표를 뗐다.

 

서초구 유일 차 없는 거리는 유명무실

기자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강남역 인근 150미터 남짓 되는 골목이었다. 매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차량 진입이 금지되는 서초대로 75길, 바로 이곳이 서초구의 유일한 차 없는 거리다. 2017년 강남역 상가번영회가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구청에 요청해 보행전용거리로 지정됐지만 역시 차량 단속도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10년 넘게 강남역 상가번영회를 이끌고 있는 장보경 회장은 진입금지 표지판만 붙여놓고 경찰 단속이나 거리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차 없는 거리 제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처럼 차 없는 거리는 교통 흐름이나 주차 문제 등 현실적인 걸림돌로 인해 주변의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다반사라는 서초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사업 확대를 위한 서초구 자체 주민 설문이나 수요 조사도 현재로선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양적 성과보다는 정책 내실 다져야

기본적으로 전문가들은 차 없는 거리 지정에 앞서 일단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정된 뒤에도 주민 여론 조사와 관리를 통해 서초구만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구원 이신해 교통시스템연구실장은 HCN과의 인터뷰에서 차 없는 거리 성공을 위해 보행자, 즉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운영 중 주차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방에서 도입하고 있는 ‘주차크라우드펀딩’을 고려한다든지, 보행이 불편하다면 경관 개선 사업을 신청한다든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시작한 사업임에도 자치구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가는 데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계천과 덕수궁, 세종로 등 소위 ‘굵직한’ 차 없는 거리 외에 ‘지역의 차 없는 거리’는 자치구가 자체 예산과 인력만으로 관리해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구조는 향후 풀어야 할 숙제라고 혹자들은 입을 모으기도 한다. 서울시는 차 없는 거리 사업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고 주장한다.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는 했지만 현실 속 지역의 차 없는 거리는 다소 초라한 모습이었다. 사업의 양적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주민들이 원하는 보행환경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의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HCN매거진 서초> Vol.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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