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전기차 ‘충전방해’ 과태료?…단속은 ‘있으나 마나’
[기획취재] 전기차 ‘충전방해’ 과태료?…단속은 ‘있으나 마나’
  • 박상학 기자
  • 승인 2019.12.1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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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 4월부터 전기차 충전소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면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른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인데요. 법 시행 초기다 보니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알면서도 지키지 않은 차량도 있습니다. 문제는 단속이 어렵다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 대부분 충전소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어떤 이유인지 박상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본문]

서울의 한 구청 지하주차장.

한쪽 벽 9면의 전기차 충전구역에 실제 전기차는 고작 2대뿐. 나머지 7면은 일반차량이 아무런 제재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아파트 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바닥에 전기차 충전시설임을 표시해놨지만 버젓이 일반차량을 세워놨습니다.

일반차가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하는 건 충전방해 행위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른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과태료 10만 원을 물어야 합니다.

전기차 충전구역 주변과 진입로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전기차 이용자가 충전 시작 2시간 후에도 계속 주차하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 됩니다.

충전구역 표지선을 지우거나 시설을 고의로 훼손하면 과태료는 두 배로 올라갑니다.

[인터뷰 : 황정동 / 전기차 운전자 ]
"전기차는 충전할 수 있는 장소나 시간적인 제약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일반차량이 점유하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정말 급한 상황에 충전을 못 하게 되면…"

법은 만들어졌지만 단속은 유명무실합니다.

[S/U : 박상학 기자 / hellopsh@hcn.co.kr ]
"서초구청의 전기차 충전구역입니다. 여기 보면 일반차량이 주차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단속된다 해도 실제로 과태료는 물릴 수 없습니다. 단속 구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차공간 100면 이상 공공건물과 500세대 이상 아파트나 기숙사에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충전방해금지 단속 대상은 100면 이상 공공건물만 해당합니다.

게다가 완속이 아닌 급속 충전시설만 그리고 2017년 4월 6일 이후 완공된 건물의 충전소만 적용받습니다.

이런 조건을 따지면 서울 대부분 전기차 충전소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법이 있어도 단속은 할 수 없는 겁니다. 

[전화녹취 : 서울시 관계자 (음성변조) ]
"현재로써는 민원이 들어오면 과태료 부과는 법적으로 어렵고 저희가 경고장이랑 계도문이랑 해서 시민들이 인식을… 주차를 자제해달라고 현재는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단속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충전방해 행위에 대한 단속 권한은 시와 도에만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시청 직원 2~3명이 1300곳이 넘는 전체 충전소를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기 힘듭니다.

자치구로 권한을 넘기는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자치구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

단속 업무를 주차 단속 부서가 아닌 환경 관련 부서에서 맡다 보니 인력 부족 등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전화녹취 : OO 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미세먼지를 담당하는 팀에서 보통 전기차 업무도 같이 진행을 하고 있거든요. 미세먼지로 새로운 제도들이 시행되는데 거기에 이런 전기차 충전구역 단속까지 하라고 하면 정말 현장을 나갈 시간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전화녹취 : OO 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서울시에서) 인력을 보강한 후에 이것을 자치구 위임 사무로 내려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개방된 공용 전기차 충전시설은 모두 단속이 가능하도록 대상을 확대하고 단속 권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 이남수 / 도로교통안전공단 교수 ]
"서울시에만 단속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청에서도 단속할 수 있는지 이런 권한이 명확하게 법에 정의되지 않아서 이 부분도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S/U : 박상학 기자 / hellopsh@hcn.co.kr ]
"물론 단속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현재 서울에 등록된 전기차만 1만 3천 대 가까이 되고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전기차와 일반차량이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함께 배려의 미덕이 필요해 보입니다"

HCN NEWS 박상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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