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하중도 - 칸트의 산책길 下
양재천 하중도 - 칸트의 산책길 下
  • 인사이드서초
  • 승인 2018.05.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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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는 곡류하는 강의 물길에 쓸려온 퇴적물이 만들어낸 섬을 말한다. 이성계가 회군한 위화도나 한강의 여의도와 선유도, 대구와 김해의 하중도가 유명하듯 대부분 큰 강에 조성된다. 그런데 양재천은 폭이 66m에서 134m에 이르지만 하천부지의 저수호안을 시민의 여가활동을 위해 정비한 상태라 정작 물길은 15m 내외로 좁다. 그만큼 물길도 빨라졌다는 의미다. 그런 환경 속에서 하중도가 남아있다는 것은 1995년부터 시작한 양재천 살리기 운동이 원형을 보전한 친환경 공사로 이어졌다는 방증이다.

양재천 하중도

는 바다보다는 규모가 작으나 강이라 하기에는 폭이 넓은 곳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의 황하黃河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강을 강, 작은 강을 천이라 하고 더 작은 천을 하천河川이라 한다. 양재천의 퇴적지를 하중도라 하는 것도 하천이라는 용어 때문이다. 명칭상 적합하지는 않으나 천중도라는 용어가 없어 그렇게 용인한다. 그 하중도는 620㎡(200여 평)의 좁은 면적인데 그동안 갈대와 잡초들이 우거져 이용도가 높지 않았다. 이를 서초구에서는 지난 8월부터 ‘칸트의 산책길’이라는 주제로 수종을 개량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주변 환경과 연계하여 서초구의 새로운 명소로 조성했다. 자연 속에서 나를 돌아보며 새로운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사색의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혼잡한 도심에서 칸트처럼 생각하고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서초구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는 구청의 노력이 아름다운 결실로 나타난 것이다.

전술했듯 인명을 소재로 한 지명과 도로명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서초구가 세계적인 인물로 칸트를 선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고도의 산업사회로 접어들던 18세기 후반, 칸트는 갈수록 인간이 소외되는 현실에서 인간의 가치를 드높인 인격주의 철학의 창시자다. 양심에 의해 선한 의지로 규칙을 정하고 순수한 동기에 의해 실천하라는 순수이성의 철학자를 모델로 조성한 ‘칸트의 산책길’은 서초구민의 내면적 기치를 높여주는 명소가 되리라 확신한다. 산책하는 칸트를 보고 시계를 고칠 만큼 정확한 삶을 살았던 칸트, 그 덕분에 연약한 신체 조건에도 불구하고 80수를 누렸다. 그래서 칸트는 시계, 북극성, 뉴턴의 물리학으로 상징된다. 변함없이 정확한 삶, 양재천에서 인간을 목적으로 한 칸트의 따뜻한 철학에 잠겨보는 것도 멋진 나들이가 될 것이다.

강기옥 /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Hy서초매거진>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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